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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지리산권 관광지와 둘레길 포토에세이를 감상하세요!

대원사

마음속 티끌을 씻어내다.
지리산 방방곡곡을 누비다 대원사에 이르러 절경을 이루는 계곡의 바람을 맞으며 대원사에 오른다.
청아함과 정결함을 간직한 그곳. 대원사가 지척에 있다.
거친 색감에 비해 부드러운 속살의 느낌. 무뚝뚝한 외양에 비해 손을 내밀면 쉽사리 마음을 나누며
소박한 미소를 보여주는 모습에서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이 땅의 듬직함이 느껴진다.
대원사의 일주문은 누군가를 막기 위함이 아닌 누군가를 맞아들이기 위한 공간이다.
네가 어떤 사람이라도 좋다는 듯 넉넉한 가슴을 열어주는 일주문을 마음속 앵글에 담는다.
몇 번의 화재와 역사적 아픔을 딛고 중건되었다는 대원사.
남아주어 고마워 아껴주어서 고맙다는 마음에 뭉클한 가슴을 안고 문을 들어선다.
고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을 얻기 위함일까? 아니면 무엇을 놓기 위함일까?
하루라도 대원사 깊은 곳 수도자의 평안한 시선을 닮고 싶다.
지리산 방방곡곡을 누비던 물이 대원사로 들어와 여행자의 갈증을 풀어준다.
청아한 물과 함께 마음속 티끌까지 씻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나친 욕심일까.
새벽이면 잿빛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싸리비로 마음의 빚을 쓸어내듯 마당을 쓸었으리라.
색 바랜 단청이 인자한 스님의 정갈한 승복을 보는 것 같다.
차마 발을 먼저 들이지 못하고 손부터 모았다. 수많은 세월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속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온 대웅전 깊은 곳의 소박한 부처의 미소가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대원사의 지붕은 하늘을 받치고 사람을 감싼다. 그리고 언제라도 훨훨 날아오를 듯 하늘을 동경하는 처마.
금방이라도 바람에 나부낄 것 같은 용의 수염을 보며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느낀다.
정토의 꿈을 품고, 하늘을 향하되 땅을 잊지 않으며,
지붕을 받치는 것을 넘어 완전함의 기틀이 무엇인지 사람에게 가르친다.
귀를 기울이면 가끔은 평범한 기둥도 부처의 목소리를 낸다.
대원사의 마음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작은 가르침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자꾸 카메라 앵글 속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런 내 모습에 조급해 하지 말라며 대원사가 여유로운 시선을 던진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그 시선을 통해 다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신비한 경험.
대원사의 온화한 눈빛 앞에 마음 속 깊은 곳의 작은 부끄러움도 편안하게 열어놓을 것 같다.
삐뚤빼뚤 울퉁불퉁하게 정성을 쌓아 만든 담장.
허리 높이도 안 되는 기와 담은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안쪽을 들여다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담장이 길을 인도했다.
대원사의 종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알리기 위함일까. 하늘에게 무언가를 고하기 위함일까.
대원사 종소리가 지리산에 퍼지는 모습이 보고 싶다.
속인들의 정성과 신앙이 깃든 불탑과 수도자의 공간이 함께 자리 잡고 있는 모습에서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엿본다.
작은 소리 조차 조심스레 지나갈 것 같은 공간 속에 나를 포함시키고 싶다.
건물은 세월이 지나면 주인을 닮아간다. 흐트러짐 없는 깔끔한 직선과 오만하지 않게 치솟은 곡선,
그리고 작은 허물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는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주인의 성격을 보려면 주방을 보라고 했다는데 대원사의 항아리들이 정갈하기도 하다.
배부른 항아리들의 가지런한 줄 맞춤이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처럼 푸근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지리산이 눈앞에 있고, 계곡을 따라 산을 감싸고 돌던 바람이 사찰의 마당을 지나
내게로 불어온다.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듯 시원한 바람의 가벼운 미소를 엿보았다.
그저 편안했다. 무언가를 떠올리려고도 무언가를 기원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뜨거워진 것은 아직도 떨구지 못한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잠깐의 방문이 몇 일의 경험이 삶의 지표가 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겠지.
눈으로 담고 손으로 느끼는 것만을 기억하기도 힘들겠지. 또다시 조급한 마음에 손가락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염원할까? 해답은 카메라 앵글 속에 있었다.
앵글 속 스님의 모습에는 어떤 욕심도, 어떤 바램도 있지 않은 무념 무상의 세계가 있었다.
집을 보는 것은 손님의 시선이요 집이 보는 방향을 공유하는 것은 주인의 시선이다.
카메라를 내려 놓을 때이다. 온전하게 대원사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신비로운 경험과 마음과 몸을 씻어 작은 티끌까지 덜어낼 수 있는 곳.
마음의 짐은 덜어놓고 청명함을 얻어올 수 있는 곳. 대원사 마당에 다시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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