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서쪽에서 섬진강이 흘러가며 온갖 볼거리와 먹거리를 만들어 낸다면,
반대쪽은 운봉에서 시작한 남천이 인월과 마천을 지나면서 보석 같은 경관을 만들어낸다.
골이 깊어 많은 이들이 찾지를 않지만, 원시적인 지리산의 매력은 오히려 더 좋다고 할만하다.
구산선문 시조사찰인 실상사가 여기에 있고, 지리산을 대표하는 백무동과 칠선계곡도 여기에 있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인월 금계구간이 지나고,
벽송사와 서암정사, 금대암도 볼만하다.
칠선계곡을 필두로 이곳에 숨어있는 지리산 속살들을 파헤쳐보자.
칠선계곡으로 가는 길은 함양에서 시작한다. 함양터미널에서 마천을 거쳐 추성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서울에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마천에서 내린 다음 추성가는 버스로 갈아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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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금계마을과 의탄마을
칠선계곡 가는 길은 금계마을을 꼭 지난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월금계 구간이 끝나고, 금계동강 구간이 시작되는 곳이다. 마을 건너편으로 천황봉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마을 앞에는 엄천강이 흐르고 강 위에 의탄교가 놓여있다. 본래는 양쪽에 줄을 매단 현수교가 놓여있었는데, 1984년 7월에 폭우로 동네사람 여섯 명과 함께 물에 쓸려갔다고 한다. 지금도 동네사람들은 이 다리를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강을 건너면 의탄마을이다. 칠선계곡 바로 아래 마을이다. 고려시대 때부터 나라에 쓰일 숯을 굽던 의탄소가 있어서 여태껏 불려오고 있는 이름이다. 금계에서 의탄을 지나면 칠선계곡이 시작되는 셈이다.
600여 년 전 김종직이 천황봉을 오르던 길이 바로 이 길이다. 유두류록에 "닭과 개, 송아지를 이끌고 들어와서 밭을 개간하고 잡곡을 심으면 무릉도원보다 나을 것이다.
그곳에 눌러 살고 싶다"고 적은 것을 보면 의탄마을이 얼마다 아름다웠던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의탄마을을 지나면 추성마을에 닿는다. 칠선계곡 여행에서 베이스캠프역할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마을 전체가 숙박과 음식점을 한다.
08:20, 10:30, 15:20, 17:30, 19:00, 24:00에 출발한다.
소요시간: 3시간 30분. 마천에서 추성까지는 30분 간격으로 버스 운행. 10분 소요
동서울 터미널과, 서울 남부터미널과 부산, 대전, 전주, 남원 등지에서 함양 가는 버스가 자주 있다. 함양공용 터미널→ 추성주차장
07:00 첫차를 시작으로 18:30까지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소요시간: 1시간 요금: 3,900원 함양 공용터미널: 055)963-3745
칠선계곡
지리산에서 가장 이름난 계곡이 칠선계곡이다.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힐 만큼 길고 웅장하다. 몇 년 전에 모 신문에서 여행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리산을 대표하는 3대 요소를 뽑으라 했더니, 봉우리로는 천왕봉, 문화재로는 화엄사, 자연경관으로는 칠선계곡을 으뜸으로 말하더란다.
이러한 내용만 보아도 칠선계곡은 지리산에서 꼭 한번 가보아야 할 명소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그러나 칠선계곡을 오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계곡이 길기도 하거니와 중간지점인 선유담에서 통제를 하고 있어서다. 계곡 오르는 길은 급경사로 시작한다. 힘들여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계곡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며 본격적으로 계곡 품에 안기게 된다.
평탄한길을 조금 더 가면 계곡 안의 유일한 먹거리촌인 두지마을이 있다. 마을이래야 두집 뿐이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식음료랑 간단한 간식거리를 마지막으로 준비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험한 계곡길이 선녀탕까지 계속된다.
선녀탕에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하늘에서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본 곰이 옷을 훔쳐 바위 뒤 나뭇가지에 숨겨놓았단다. 그런데 곰이 선녀들의 옷을 걸어두었던 것이 나뭇가지가 아니라 사향노루의 뿔이었다네.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매는 것을 본 사향노루는 자기 뿔에 걸려 있던 옷을 가져다 주었고 선녀들은 무사히 하늘나라로 되돌아 갔다. 그 후 선녀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는 칠선계곡에서 살게 해 주고 곰은 이웃의 국골로 내쫓았다는 얘기다.
선녀탕에서 좀더 오르면 옥녀탕과 비선담까지 길게 숲길이 이어진다. 이렇게 비선담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데는 꼬박 5 시간이 걸린다. 칠선계곡을 되내려오면서 보는 추성마을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조용한 산마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추성마을
숙박
추성마을 60여 가구중 40여 가구가 펜션과 민박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의및예약: 추성산촌생태마을 055-964-5006
- 탐방일정: 올라가기-매주 월,목요일 아침 7시
내려오기-매주 화,금요일 아침7시 - 탐방문의: 지리산 탐방시설과
- 전화: 055-972-7771
2일차
벽송사
추성마을 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벽송사 가는 길이 있다. 승용차로 벽송사 앞에까지 갈 수 있는 큰 길이다. 벽송사는 겉보기와 다르게 내력이 깊다. 우리가 잘 아는 임진왜란때의 승병장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여기서 도를 깨달았고, 좀 더 가까운 시기로는 경허대사가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선불교 출가스님의 대부분이 서산문파와 부휴문파에 속하는데, 이 문파의 시조가 되는 서산과 부휴 양대 조사가 모두 벽송사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이렇듯 벽송사에서 득도한 스님들이 많다보니 항간에는 "벽송사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벽송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입구에 서 있는 장승이다. 남녀 한 쌍이 양쪽에 서 있는데, 장승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다. 연대가 오래되고 생김새가 독특한 것도 있지만, 판소리 열두마당 중 가장 외설적이라는 변강쇠전이 바로 이 장승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 사실을 알고 보면 훨씬 더 이색적이다.
벽송사는 대웅전이 상당히 작고, 마치 양반집 가옥처럼 단아하다. 6.25직후 빨치산들이 벽송사를 야전병원으로 사용했는데, 본부가 바로 대웅전이었다고 한다. 대웅전 뒤에는 잔가지 없이 미끈하게 빼올라간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몸통이 가늘고 여인네 허리처럼 가냘프게 휘어진 나무가 미인송이고, 곧게 뻗은 기상 좋은 나무가 도인송이다.
도인송에 빌면 건강을 얻고 미인송에 빌면 미인이 된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바로 그 나무들이다. 이 두 나무가 있는 공터가 본래의 벽송사 대웅전 자리라고 하는데, 지금은 삼층석탑 한기만이 그 말을 증명하듯 서 있을 따름이다. 또한 미인송 앞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아주 훌륭한데, 추성마을과 그 너머 칠선계곡까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암정사
벽송사에서 나오다가 공영주차장 바로 뒤 삼거리에서 일직선으로 언덕을 올라가면 서암정사에 닿는다. 벽송사에서 500여 미터 밖에 안 되는 거리다. 서암정사는 다른 절과는 달리 석굴암처럼 바위에 새긴 불상으로 유명하다. 그것도 한 두기의 불상이 있는 석굴사원이 아니라 절 주변 바위가 온통 불상 조각이다.
오르막길 중간에 큰 입석이 일주문처럼 서 있고 좀 더 들어가면 오른쪽 바위 틈새로 길이 나 있는데, 바위 면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사천왕상들이 차례로 새겨져 있다. 바위 틈새의 좁은 굴을 지나면 대웅전이 있고 바로 옆에 석굴법당인 극락전이 있는데, 이곳이 서암정사의 백미다. 석굴의 벽면과 천정에 수많은 석불들이 가득 조각돼 있다. 이렇게 바위에 세밀하고 광범위하게 불상을 조각한 곳은 전국에서 여기가 유일하다. 무려 12년 동안 자연바위를 파서 굴을 만들고 굴 벽에 다시 불상들을 조각하였다니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위용이 믿기지 않는다.
석굴법당과 함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대웅전 아래층에 있는 금니화엄경전 전시장이다.
낭떠러지 바로 앞에 세워진 범종각 옆으로 내려가면 된다. 팔만대장경에 새겨져 있는 것과 똑 같은 화엄경전을 금가루로 다시 쓴 것이다. 무려 80여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서암정사의 창건한 원응선사가 직접 쓴 것이라 한다. 이를 전시할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여기서 직접 경전을 배껴 볼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를 사경이라 하는데, 참선이나 참배처럼 수행의 한 방법이다.
서암정사를 돌아보고는 금계까지 이어지는 둘레길 한 자락을 걸어내려오면 된다. 바로 함양으로 가지 않고 약간의 여유를 부릴 수 있다면 금계에서 마천으로 간다. 길 중간에 만나는 추암산장 앞이나 칠선계곡 야영장에서 마천행 버스를 타도 된다.
금대암
마천면에서 인월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에 지리방장제일금대 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30여분을 올라가면 금대암이 있다. 함양 8경중 하나로 꼽히는 금대지리가 바로 여기다.
금대암을 지리산을 가장 넓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천황봉에서 고리봉까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금대암은 얼핏 보이는 규모와 다르게 천년이 넘는 고찰이다.
신라 태종무열왕때 세워졌다고 하고, 조선때는 서산대사와 벽송사와 이곳을 오가며 수행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조선 초 김종직이 여기에 들러 시 한수를 남겼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지리산주변에서는 최고의 수행처라는 기록도 많이 남아있다. 절 앞에는 키가 무지하게 큰 전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전나무 라는 기록지가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