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높고 깊은 산이다.
삼남의 지붕이라 불리기도 하고 종주산행은 등산객들에게는 성지순례와도 같이 여겨진다.
하지만 왠지 험하고 힘들 거란 생각에 감히 지리산 여행을 생각지도 않는 이들도 많다.
지리산 깊은 자락까지 내차로 들어가는 길이 있음을 모르는 탓이다. 지리산의 가장 아름다운 곳들을 내차타고 가는 길을 소개한다.
코스안내
1일차 코스
2일차 코스
88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 IC로 나가면 인월읍이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의 시작되는 곳이다. 둘레길인월센터가 있고 바로 앞에는 제비라는 이름의 분위기 있는 카페도 있다.
인월에서 산내방향으로 가면 임천강을 따라가는 멋진 길이다.
중군마을과 매동마을 앞을 지나면 지리산 일성콘도가 보이고 곧바로 산내면 소재지가 나온다. 지리산 품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산내에서오른쪽으로 가야 하지만, 우선 산내를 지나 실상사로 가 보자. 산내에서 5분도 채 안 걸린다.
입석리에서 해탈교를 건너 절 앞까지 차를 가져갈 수 있다.
1일차
실상사
실상사는 산에 있지 않고 들에 있다. 천년이 넘는 고찰치고 이렇듯 평지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실상사는 우리나라 선종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신라시대에 선종이 들어와 전국 9개의 산에 선문을 열었는데 이를 구산선문이라 한다. 실상사가 구산선문 중 가장 먼저 세워졌다. 때문에 우리나라 선종의 발상지라고 불리워진다. 최근에는 귀농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도 이름 높다. 귀농학교를 세우고 대안학교인 작은 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는 뜻 깊은 사찰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나라의 운을 지켜주는 자리가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 실상사다. 백두대간의 지맥이 지리산을 지나 일본으로 흘러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이는 혈이 실상사란다. 이 혈자리를 막아놓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기운이 일본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이 자리에 실상사를 짓고 우리나라의 기를 막아놓았단다. 전설에 의하면 실상사가 흥하면 일본이 힘을 잃고 실상사가 망하면 일본이 흥한다고 한다. 그래서 실상사 보광전에는 일본지도가 그려진 종이 있어 이를 두드려 일본으로 흘러가는 기를 흩트려 놓는다고 한다. 이 종은 지금도 보광전에 그대로 남아있다.
뱀사골
실상사를 돌아보고는 산내로 되나와 지리산자락으로 들어간다. 산내 면소재지를 가로질러 나가면 곧바로 지리산 순환도로에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빨려 들 듯 내달리다 보면 지리산 파크텔이 있는 상가촌이 나타난다. 숙박과 음식점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계곡 건너에는 뱀사골 탐방안내소가 있다. 탐방안내소에 차를 세우고 생태탐방로를 따라 계곡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뱀사골 본래의 정취를 느끼려면 와운교까지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한다. 굳이 뱀사골의 본 모습이 아니더라도 주변만 보아도 충분히 만족할 풍경이다.
옛날 이곳에는 실상사보다도 훨씬 오래전에 세워진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단다. 이 절위에는 커다란 용소가 있었는데, 백중 때 면 용소 옆에 있는 바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스님이 밤새 기도를 드리는 풍습이 있었단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기도를 드리던 스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돌아오지를 않았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도통한 스님들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였다. 몇십 년 후 송림사에 고승이 한분 오셔서 이 소문을 듣고는 그 해에 선발된 스님을 아무도 모르게 비상을 바른 옷을 입도록 하고 옷깃에는 명주실을 달아 놓았다. 그날 저녁 용소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리더니 신선바위에 올라있던 스님이 역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명주실을 따라 계곡을 올라가 보니 용이 못 된 이무기가 죽어 있고 그 옆에는 스님이 합장을 한 채 죽어있었다. 이때부터 원래 용소였던 것을 용이 못 된 이무기가 살아 있었다하여 뱀소로 격하시켜 불러왔고 또한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뱀사골이라 부르며 신선바위에 올라간 스님들이 절반은 신선이 되었다하여 반선이라 불러오고 있다.
달궁계곡
반선을 지나면서 부터는 달궁계곡이다.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풍경이 여기서 펼쳐진다.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이어지고 양쪽 산이 맞닿을 듯 협곡을 이루고 있다. 길 따라 가다보면 덕동자동차야영장이 보이고 산자락에는 덕동민박마을이 있다. 이를 지나면 곧바로 달궁야영장과 달궁마을에 닿는다. 달궁마을은 아래의 반선처럼 민박과 음식점이 있는 상가촌이다. 달궁마을에 바로 붙어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다. 자동차야영장과 일반야영장이 길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는데, 규모나 시설이 지리산에서 최고로 꼽힌다.
원래 달궁은 2,000여년 전 삼한의 하나인 마한의 효왕이 진한의 침략을 받고 피난해 살던 곳으로 전해진다. 그 당시 궁궐 이름을 달에 있는 궁으로 높여 불러 '달궁'이라 하고, 황장군과 정장군에게 성을 쌓게 하였는데, 그들이 쌓았던 성터가 황령치와 정령치라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당시의 궁월터가 지금의 야영장이었다고 하고 정령치에는 성터 흔적이 지금도 존재한다.
주차료는 성수기 기준 승용차 5,000원, 경차는 2,000원. 야영비는 성인 1인당 2,000원이다.
2일차
심원마을
달궁에서 부터는 주로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산꼭대기를 향해 내달리는 느낌이 피부로 와 닿는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타고 오르면 정령치와 성삼재길이 나누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성삼재 방향으로 직진을 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이다. 10여 분을 오르면 일순 작은 언덕에 올라섰다 싶어지면서 왼쪽으로 심원마을길이 나선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다소 급한 내리막길 끝에 심원마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하늘아래 첫 동네로 불린다. 심원마을은 본래 난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고 살던 곳이다. 산행객들이 자주 들어와 음식을 찾다보니 이제는 마을 전체가 민박과 음식점을 하는 관광마을로 바뀌어 버렸다.
심원마을에서는 산채와 토종닭 요리가 기본이다. 깊은 산동네답게 봄이면 마을사람 전부가 산나물을 채취했다가 일년 내내 요리재료로 사용한다. 지리산에서 자라는 나물로만 요리를 해 주는 유일한 곳이 이곳 심원마을인 셈이다.
성삼재
심원마을을 지나 계속 고개를 오르면 성삼재에 닿는다. 지리산 관광 순환도로의 정점이 되는 곳이다. 바로 아래로 지리산온천단지가 내려다 보이고 구례읍이 멀리로 보인다. 성삼재에서 차를 세우고 한 시간이면 노고단에 오르게 된다. 성삼재에서 부터는 계속해서 내리막이다. 시암재를 지나고 급커브를 반복해 내려가면 천은사를 지나 구례로 나가게 된다. 구례에서는 남원으로 올라가거나 섬진강을 따라 하동방면으로 내려가면서 드라이브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