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보고

소담한 초가집들이 보이는 길이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머신 같다.
전설과 역사가 혼재되어 있는 곳.
심청 이야기 마을의 소담한 초가지붕이 벌써부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심청 이야기 마을은 동화와 같은 전설이 길을 인도한다.
벽에 그려진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을 따라 미소가 떠오르고,
심청전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동안 천오백 년 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여러 가지 심청의 모습을 보면서 그 옛날 이 땅에 살았었던 사람들의 삶을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아주 작은 아이,
연꽃을 타고 돌아오는 영광스런 모습에서도 수줍은 마음에 작은 미소만을 지키던 사람들.

딸이 무슨 마음을 먹고 길을 떠나는지조차 몰랐던 한심했던 아버지,
하지만 그라고 여느 부모처럼 가슴을 태울듯한 안타까움이 없었을까.
모든 부모들은 가슴속에 자식에 대한 봇물 같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산다.

황후의 화려한 옷을 입고 심청의 시선으로 마을을 본다. 왠지 쓸쓸한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만인의 존경을 받지만 아버지의 안부를 모른 채 살아가는 그녀의 안타까움이 눈앞에 보이는 마을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소박한 돌담길을 걸어가며 그 옛날 이 땅에서 정을 나누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만난다.
심청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심청과 함께 눈물 흘리고,
기꺼이 어미 잃은 아이에게 젖을 물려주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가옥이 보여지는 풍경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향기를 가지고 있다.
한잔의 차보다 더 따뜻한 감성이 있고, 사진 속 앵글에도 모두 담을 수 없는 정취가 있다.
그 속에서는 사람들의 마음도 더불어 푸근해진다.

심청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축제로 결말이 나고 그날의 잔치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심청과 그 아비의 경사에 마음껏 기뻐해주고, 그녀의 효심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늘도 함께 어울려 ‘효 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심봉사가 되어보겠다는 아이의 들뜬 마음에 어머니는 함께 기뻐해준다.
오래된 솜씨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뿌듯함만으로도 촌부의 손길은 가볍게 움직이다.
사람들은 축제에 올 때 이미 웃음을 준비해 온다.

셀수 없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부모의 마음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되는 효의 마음.
빠르게 지나는 시간 안에서 자리에 멈추어 그 가치를 지키는 것들이 있다.

몇 천년 전부터 나보다 훨씬 어렸을 아이들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을 부모들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아릿하게 떠오르는 어머니의 마음, 자식의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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