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본문

포토에세이

지리산권 관광지와 둘레길 포토에세이를 감상하세요!

장미공원과 기차마을

칙칙폭폭 기찻길 옆 1004 장미이야기
축제는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그곳에서 만나게 될 화려한 색의 향연이 시야를 흔들고, 수많은 향기가 가슴을 설레게 하고, 그곳에서 만날 사람과의 추억이 마음을 흔든다.
눈으로, 향기로, 마음으로 만나는 그곳, 곡성 장미공원
겹겹이 겹쳐있는 장미의 꽃잎은 한길도 안 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떠오르게 한다.
장미 꽃잎처럼 겹겹이 숨겨져 있는 진심과, 아픔을 어떻게 쉽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알고 있다는 자만심보다, 너를 알고 싶다는 진실한 마음이 더 필요했다는 것.
1004 종류의 장미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아름다움은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꽃잎 속에 숨겨진 가시가 나에게 있던 것은 아닐까.
큐피트 의자에 않아 그 사람과 눈으로 대화를 한다.
어린 꽃잎이 단단해지고 화사한 모양으로 벌어지기 까지 온실의 마음은 노심초사였을 것이다.
화려한 완성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온실과 손 거칠어지는 줄 모르던 농부의 마음을 사람에게 쏟을 수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들고,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꾸며왔는가.
숨이 막힐 정도의 화려함과 향취에 취해서 사람에 대한 설렘에 새삼 고개를 숙인다.
은밀한 장미의 골목 속에서 수많은 연인들은 고백을 하고, 수줍음에 얼굴을 붉혔을 것이다.
수없이 피어난 붉은 빛의 수줍음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마음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오작교에 대한 전설은 그야말로 최고의 낭만이다. 하늘의 새들까지 감동시킨 사랑의 완성.
오작교의 전설에는 못 미치더라도 평생을 가슴에 곱게 묻어둘 나만의 기억 한 조각은 남기고 싶다.
아주 조금 더 장미를 더 느껴보고자 욕심을 냈을 뿐인데 ‘아차’ 하는 순간 가시에 찔렸다.
장미는 나의 손길로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준 기억… 그것이 두려워서 그렇다는 것을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소망을 빌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닫는다. 당신은 마음속으로 무엇을 빌었나요?
당신이 마음속으로 빌었던 것, 그리고 내 마음 속에 아직도 아리게 남아있는 소망.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
소원을 이뤄준다는 소망의 북 앞에서 장난스럽게 북을 쳐보지만 이미 가슴속에서는 두근두근 북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늘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세월을 넘어서는 진실이 있게 해주세요.
진실이 세월에 해지고 바람에 닳더라도 북소리처럼 울리던 두근거림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게 해주세요.
바람이 증인이 되고 수만 송이 장미들이 축하해주는 장미의 숲속에서 만남의 완성을 느낀다.
자물쇠는 무엇을 구속하기 위한 도구, 무엇을 지키기 위한 도구, 무엇을 연결시켜주는 도구이다.
오늘의 만남을 자물쇠에 걸어본다. 그 사람을 구속하고, 그 사람을 지켜주고, 그 사람과 나를 연결한다.
1004 종류의 장미 속에서 1004 가지의 설렘이 있다.
바람과, 햇살과, 향기와, 장미 꽃잎의 까칠한 감촉마저 포근하게 나를 감싸는 곳.
곡성 장미 공원에서 장미에 취해 사람을 생각한다.
갈수록 모든 것이 빨라지는 세상에서 칙칙폭폭 소리 나는 증기기관차를 찾는 이유는 아마도 느린 것만이 줄 수 있는 앞이 아닌 옆을 볼 수 있는 시선을 찾기 위함일 것이다.
기차역이 추는 추억은 기차를 타기 전부터 시작된다.
유난히 북적대던 대합실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서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생각나고,
작은 유리 구멍으로 표를 내미는 손길조차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기차가 달리는 선로는 고속열차나 증기기관차가 차이가 없다. 다만 그 길을 달리는 기차만 다른 것이다.
사람이 사는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정한 선로가 주어지지만 갈림길에서의 선택과 얼마나 빨리 달릴것인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예쁜 기관차.
그래서인지 한번도 타보지 못했던 증기기관차지만 친숙하고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기차는 앞으로 달리지만 승객들은 옆을 보게 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풍경들은 적당한 속도로 한편의 영화를 보여준다.
그 풍경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삶은 가늠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의 흔적은 볼 수 있는 리얼 다큐멘터리.
수없이 많은 만남이 있었고, 수없이 많은 헤어짐이 있었을 기차역.
그곳에는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 아쉬움과 환호가 허공에 가득 차 있었다.
나도 그리움과 만남에 대한 기대를 허공에 남겨둔다.
떠나는 이와 돌아오는 이가 스치듯 엇갈리는 공간. 수많은 눈물과 기쁨을 사람들과 함께 했던 기차는 오늘도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장미에 취해서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차를 통해서 만남을 기대하게 된 하루.
POPUPZ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