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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가락원, 녹차와 다식 이야기

지리산, 그리고 사람

김동근·문승옥 대표 사진

김동근·문승옥 대표

구례 가락원 지리산 야생차가 바로 구례 차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중심이 바로 라고 생각해요.
김동근·문승옥 대표 사진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풍광이 살아 있는 전남 구례는 지리산 야생차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기슭의 야생 토종 차나무는 구례 차의 맥을 잘 설명해주는 근거가 된다. 지리산 차의 시배지도 구레 화엄사에 있는데 바로 장죽전이다. 하지만 해방이후 어느 순간 구례에서 전통 차 문화의 맥이 사라져버렸다.
90년 이후 웰빙열풍에 차 소비가 늘면서 차 재배면적이 다시 늘어나 새로운 희망을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최근 커피 열풍에 전통차 소비가 줄어 농민들은 가슴을 태우고 있다.
전남 구례에서 매년 '차와 다인 그리고 공예모음전'이란 차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가락원 김동근, 문승옥 부부를 만났다. 올해로 12번째 차문화축제를 개최했고 새로운 차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 부부에게 구례 차와 차 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전 구례에서 나고 자랐어요. 어릴 때는 외지에서 차를 배우러 구례로 찾아오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외지로 생엽을 팔러 다녀요. 이상하죠. 그때부터 지리산 야생차를 부흥시킬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거죠."

가락원 문승옥씨(43)는 전남 구례에서 제법 이름난 차문화연구가다. 대학에서 공예과를 졸업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차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지리산다문화예술원 원장을 맡고 있다. "지리산 야생차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원래 있던 것부터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일단 있는 것부터 정리하기로 했죠. 자료가 정리되면 학회나 세미나에서 소개를 하기도 하구요.

"사찰의 스님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옛날에 절에서 차를 어떻게 덖었는지 증언을 듣고 녹음을 해두었어요. 사실 절에서 차를 만들어 마셨는데 차를 덖는 일이 힘들잖아요. 차츰 사라진 거죠."

그는 구례차의 역사적 근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구례차는 자원도 풍부하고 역사성도 뛰어나요. 근데 어느 순간 그 역사성이 사라져버렸어요. 화엄사 야생차가 좋은 예에요. 차 시배지를 두고 쌍계사 부근이냐 구례 화엄사 장죽전 부근이냐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이젠 무의미한 논란이 돼 버렸어요.

화엄사 차와의 연관된 유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화엄사의 4사자 3층석탑의 석등다헌상이에요. 신라시대때 차를 공양했던 기록을 찾은 거죠. 그게 바로 지리산 야생차의 원류가 된거죠."

"지리산 차를 찾기 위해 구례차와 다른 지역의 차를 가져다 유전자 분석을 해 봤는데. 그랬더니 구례의 차가 다른 지역의 차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데이터가 나왔어요. 분명히 구례차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기초자료가 되었죠."

그는 어머니, 남편과 함께 가락원을 운영하고 있다. "가락원은 건강 음식과 차를 통해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전통음식을 제공하고 있죠. 가락원이란 명칭은 손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드셨으면 하는 염원이 담겨진 이름입니다."

식사 후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이 있는데 화엄다원이다. 차와 함께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원래 도자기를 전공했어요. 차 공부를 하다 보니 도자기를 빼놓을 수 없겠더라구요. 도자기를 직접 제작해 사용하거든요. 도자기를 만들 때 그림을 그려 넣고 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식을 장식하면 근사해요."

"다식은 차만 마시면 건조하잖아요. 그때 쌀로 만든 곡식이나 과일을 함께 먹는 거죠. 예를 들어 가을이다 하면 도자기에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려놓고 그 위에 가을에 떡이나 과일을 올리면 되요. 최대한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것,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죠. 주제를 가지고 풍경화를 그린다 생각하고 장식하면 더욱 예뻐요. 맛으로도 먹지만 눈으로도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다식입니다."

그는 다식을 티 아트라고 부른다. "차, 도자기 그리고 다식을 우리는 티(Tea) 아트라고 해요. 먹는 음식이지만 어떤 도자기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예술을 가미하는 거에요. 배를 채우기 위한 것보다는 아름답게 느끼면서 오감을 다 동원해서 마시고, 먹고, 취하는 것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죠.
심리학적으로도 훨씬 안정감을 줘요." 그는 앞으로 소비자의 취향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리산다문화예술원 원장으로 차문화 교육에 앞장서 있다. "기초과정에서부터 전문가양성과정까지 다양해요. 차 문화예절을 배우고 다식, 티 아트를 교육하죠. '차와 차인 그리고 공예모음전'도 이분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어요. 남편은 차와 도자기를 생산하고 저는 차 이론을 연구하죠. 이를 통해 우리 고유의 차 문화를 전하고 싶어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00년 어떻게 하면 구례 차를 알릴 수 있을까 궁리하다 문화예술을 통해 알려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것이 '차와 다인 그리고 공예모음전'다. 올해로 12번 공연을 마쳤다. 원래 구레 지역의 다인들이 모여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든거죠. 지역의 명인을 초청해 공연도 하고 공예인의 작품도 전시해 화제가 되었다. "거기에 차 문화를 살짝 넣어서 전달하는 거죠.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구례 차를 알리는 겁니다."

남편 김동근씨(46)는 구례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차이지만 그 속에는 지역성, 역사성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숨겨져 있는거죠. 우리가 추구하는 차는 깨끗하고 청아해서 입속에서 감미로운 향이 도는 차입니다. 언젠가부터 고소한 차를 많이 마시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산차에 대한 수요가 너무 줄었어요. 반면 중국차 수입은 크게 늘고 있죠. 중국차를 따라가려면 우리 제다인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농민들이 모여 고민을 하고 있죠." 그것은 이들 부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례 농촌관광협의회다.
"요즘 농촌관광을 강조하잖아요. 농촌생활을 직접 체험하면서 삶의 가치를 되찾는 그런 관광 말입니다. 프랑스, 일본에서는 이미 발달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도 해외의 그것처럼 우리 고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고 했어요. 그것이 바로 농촌관광협의회입니다."

농촌관광협의회에는 현재 약 8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차를 만드는 다인, 식당주인, 펜션사장, 문화해설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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