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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강, 낙동강 등 우리나라 5대강을 모두 촬영해봤지만 섬진강은 때가 안 묻었어요.
아직까지 순수하죠."
경전남 곡성군 죽곡면 동계리에 위치한 섬진강문화학교를 찾아 가는 날. 때마침 새하얀 눈이 내렸다. 그것도 올해의 첫눈. 바로 서설(瑞雪)이다. 섬진강 강변도로에 접어들자 눈발은 더욱 짙어졌다. 강물 위로 흩어지는 새하얀 눈송이는 유난히 크고 아름답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하얗게 변하는 시골풍경은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아름다운 설경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01_독도사진전시관
섬진강문화학교는 사진의 메카인 서울 충무로를 대표하는 한국비경촬영단 단장을 지낸 사진작가 김종권씨가 운영하는 독도사진전시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압록에서 폐교를 수리해 전시관을 열고 평생동안 촬영해온 한국의 산과 바다, 강 그리고 독도 사진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특히 20년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독도의 사계절을 담아온 사진을 전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다 2006년 곡성으로 내려왔습니다. 평생을 바쳐 찍은 사진을 갖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독도사진전시관이 되었습니다. 특히 독도사진을 촬영하다 절벽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이후,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 가장 큰 동기가 되었죠."

그는 곡성으로 내려와 거의 야산이나 다름이 없는 폐교를 손수 꾸미기 시작했다. 교실을 정리해 사진을 전시하고 화단을 정리해 캠핑장으로 꾸몄다. 곳곳에 각 테마의 사진과 용품을 전시해 지금과 같은 문화공간으로 변신시켰다.

특히 2층 독도사진전시관은 섬진강문화학교에서 가장 빛나는 공간이다. 독도사진전시관을 찾는 학생이나 사진작가에게 일일이 사진설명을 해주며 독도를 홍보하고 있다.

"생각보다 독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독도는 돌만 있는 섬이 아니거든요. 독도는 사계절이 있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몇몇이 살고 있는지. 몇 명의 경찰이 지키고 있는지, 등대지기는 있는지, 동도와 서도의 차이점이 뭔지 등을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가는 것 같아요. 그때 보람을 느낍니다."

"내년에 출간되는 독도교과서에 내가 찍은 독도 사진이 많이 들어갔어요. 책이 출판되면 학생들이 더 많이 찾아오겠죠."

02_섬진강
섬진강문화학교에는 독도사진전시관 뿐만 아니라 한국의 비경이 담은 아름다운 사진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남도의 바다, 강, 호수', '남도의 산과 들', '남도의 문화유적', '한국의 야생화', '한국의 명산', '한국의 비경' 등 모두 9개 전시관에 나눠져 있다. 이들은 그동안 그가 촬영한 20여만 장의 사진 가운데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여기가 기 체험장인데, 아직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 와서 이 손가락 한번 잡아보세요. O링 테스트를 통해 기를 체험해보자구요. 어때요. 자 열 걸음 벗어나서 한번 해보세요. 다르죠?"

그는 그동안 500여 개의 산. 127개의 섬, 700여종의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중에서 남도의 자연을 가장 좋아한다. 그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잘 알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은 전남 순천 상사면이다. 서울과 고향을 오가며 남도를 바라봤다. 어느 곳에 무엇이 있는지, 섬진강 물줄기는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다. "한 3년만 살면 안정이 되겠지 생각했어요. 3년만 살다 가야지 했는데 벌써 6년이 되었어요. 해가 가면 갈수록 정이 드네요. 그러면서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면 정작 못 떠나겠어요. 고향이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그는 섬진강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여기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섬진강에 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섬진강에 나가보죠. 갈 때마다 달라도 뭐가 다른 것이 신기하죠. 그때마다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한강, 낙동강 등 우리나라 5대강을 모두 촬영해봤지만 섬진강은 때가 안 묻었어요. 아직까지 순수하죠."

그가 보여준 몇 장의 섬진강 사진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03_사진세계
그의 사진세계가 궁금했다.
"사진은 눈과 마음으로 보는 겁니다. 어떤 기분으로 촬영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다르죠. 사진촬영에 앞서 남이 하나를 읽을 때 나는 열 가지를 읽어냅니다. 내가 왜 이사진을 찍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 어떤 방법이든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반드시 그것을 찍어내야 하는 게 제 철학입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쉬고 있어도 늘 사진만 생각하는 것 같다. "늘 사진 찍는 방법을 생각하고 연구합니다. 그냥 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죠. 머리속으로 미리 구도를 그려 놓고 있는 겁니다. 그래야 오늘같이 눈이 오면 바로 나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그려둔 그림을 찾아가는 거죠."

그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마음속으로 하나의 사물을 그려놓고 보면 풍경이 달라져요. 혼을 담아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뭐냐면 음. 단풍나무 하나만 보고 그냥 나무이지만. 지금 내가 외롭고 고독한데. 그 외로움을 어떻게 촬영할지를 생각하면 고독하고 외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사진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