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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리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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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음식입니다. 자기 입에 맞으면 다 좋은 차입니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죠."
지리산의 천년고찰 화엄사의 대웅전을 뒤로 하고 울창한 대숲을 따라 올라가면 비로소 산사에 머물렀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대나무 숲이나 시원스럽게 흐르는 시냇물이 도시의 번잡함을 순식간에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연이 소리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발랄한 자연의 소리를 즐기며 가볍게 발걸음을 내딛어본다.
리산 자락의 천년고찰 화엄사는 마음이 팍팍할 때 잠시 마음을 추스르기 좋은 곳이다. 백제 성왕 때인 544년 인도를 다녀온 연기대사가 처음 창건한 이후 자장율사, 도선국사에 의해 중건되었다 임진왜란때 모두 소실되었다. 지금의 화엄사는 인조 14년 1636에 새롭게 지어진 것이다.
화엄사는 빛나는 문화유산을 간직한 고찰이다.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각황전과 4사자 삼층석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등, 각황전 안의 영산회괘불탱 등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 화엄석경, 동·서 오층석탑은 보물로. 올벚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04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볼거리가 많은 곳이 화엄사다.

화엄사의 작은 암자 구층암은 더욱 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
옛 사람들은 구층암 사역을 두고 이르기를 "절은 대숲에 있으며 누 앞으로는 긴 시내가 있어 대숲 아래로 소리를 내며 흘렀다. 아름다운 절이라고!" 라고 했다.

화엄사에서 구층암으로 가는 길은 무척 짧다. 화엄사 대웅전에서 가면 단 5분 정도. 짧은 여정이지만 굽이굽이 휘어진 산길을 걸어가는 느낌은 아홉구비의 길처럼 그윽하다. "구층암은 아직 알려진 자리가 아니다. 노스님 계실 때 스님께서 공부하시던 곳이었죠. 제가 오면서 차실로 꾸며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구층암을 지키고 있는 덕제스님의 말씀이다.

덕제스님이 구층암으로 올라온 것은 약 6년 전. 화엄사 살림을 맡아오다 절 주변의 차밭을 보고 녹차를 만들어 주지스님께 보여드린 것이 인연이 되었다. 그때부터 구층암에서 차를 관리하며 지내고 있다.

#죽로야생차
화엄사의 죽로야생차가 궁금했다.
"화엄사를 비롯하여 구층암에서 자라는 죽로야생차는 오랜 역사적 근원을 가지고 있다. 상품화되거나 대량생산되는 일이 없이 경내의 스님들을 위한 차로 알려져 왔습니다."
덕제스님은 화엄사의 국보 중 하나인 4사자석탑과 공양탑을 가리켰다.

"4사자 삼층석탑은 네 마리의 사자가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있고 그 앞의 공양탑은 연기조사의 지극한 효심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근데 그 공양탑을 공양상이라고도 합니다. 바로 차를 올렸다는 공양상입니다. 이게 635년에 만들어졌으니 화엄사의 차 역사는 그보다 훨씬 앞서는 것 아닐까요?
"덕제스님이 화엄사에서 녹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이제 7년 정도 되었다. 그저 차 잎이 아까워 차를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향과 맛이 남다르다. 아는 사람 사이에선 꽤 유명해진 차다. 그것이 바로 죽로야생차다.

죽로야생차는 대나무 밑에서 이슬을 먹으며 자라는 차나무의 차잎을 따서 손으로 직접 마든 수제녹차다. 생잎을 따고 큰 솥에서 볶아 비비고 말리는 등 모든 작업을 일일이 몸으로 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죽로야생차는 발효녹차다.

"전발효, 후발효, 아예 안 비빈 것까지 다양합니다. 그 맛이 조금씩 다르죠. 후발효녹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발효되도록 한 것인데 세월의 맛이 느껴지죠."
구층암을 찾는 참배객이면 누구나 녹차를 마실 수 있다. "네 누구라도 좋습니다.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다기를 이렇게 준비해두고 있죠. 다만 차 양을 줄어도 상관없는데 그릇은 제 위치로 해두면 좋죠.

덕담도 잊지 않는다.
"녹차는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합니다. 몸속의 노폐물을 없애주고 해독작용도 하죠. 머리를 맑게도 해주죠. 몸을 정화시켜 주는 거죠."
"차도 음식입니다. 자기 입에 맞으면 다 좋은 차입니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죠."

#_화엄사 구층암
스님에게 지리산과 구층암에 대해 물어봤다.
"지리산은 굉장히 넓잖아요. 화엄사의 기운을 얘기할 때 어머니의 품안, 모태라고 하는데 지리산이 바로 그런 기운을 갖고 있어요. 모든 것을 완성해서 또 새롭게 시작하는 곳 그런 곳이죠."
구층암은 모과나무로 유명하다. 임진왜란 당시 구층암은 모두 불타버렸다. 새로 절을 지을 때 수령 200년에 이르는 모과나무 세 그루가 있었는데 그 모과나무를 베어 이렇게 요사의 기둥으로 사용하였다.

지금도 천불전 앞에 두 그루의 모과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를 베어 다섯 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그래서 '두 나무 다섯 기둥'으로 불려진다.

"두 개의 모과나무 기둥을 세우면서 다듬지 않고 그대로 아귀를 맞춰 사용했어요. 자연을 생각하는 우리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구층암의 천불전도 남다르다.

천불전은 구층암의 주된 전각이다. 주로 전각에 용이나 봉황을 조각하는데 이곳에는 토끼와 거북이 조각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은 봉황이다. 실내에는 하얀 색으로 칠해진 부처가 안치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천불전은 연화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리와 보세요. 건물 뒤편에서 바라보면 연꽃이 핀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활짝 펼쳐진 것이 연꽃이 핀 것 같죠."

매년 4월 중순부터 6월까지 차잎 따는 시기에 맞춰 '죽로야생차 만들기 체험'이 마련된다. 매주 주말 2박3일 일정으로 야생차 만들기와 차담을 체험한다. 평상시에도 구층암에서는 누구나 차를 마실수 있도록 차실을 개방해두고 있다.